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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의 사랑, 남성 지배의 허상을 들추다

다니엘과 사라. 그들은 온라인에서 만났다. 단 둘 뿐인 공간. 다니엘에게는 사라와 텍스트를 주고받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가 갑자기 연락을 끊는다. 다니엘은 가상의 공간에서 튀어 나와 사라가살고 있는 곳을 향해 2000마일을 달려간다.   두 인간이 모든 걸 다 벗어버리고 서로를 원하는 뜨거운 본능만으로 만날 수 있을까. 세상은 인간과 인간이 알몸으로 만나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다니엘과 사라를 만나게 한 건 ‘성’이었다. 미지의 세계에 존재하는 성, 그러나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하는 것 또한 성이다. 젠더가 갈등하는 성.     알리 무리티바 감독의 ‘프라이빗 데저트’는 브라질의 94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출품작이다. 퀴어영화의 클래식 ‘거미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 1985)’를 연상시킨다. 두 영화 모두 이성애자인 남자 주인공과 트랜스젠더 사이에 펼쳐지는 연민, 사랑, 그리고 섹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트랜스젠더와 퀴어에 대한 범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브라질의 남부와 북부의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성에 대한 개인의 사유와 자유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 질문들은 사회의 통념에 반하는, 불편하며 부담스럽고 실존적인 질문들이다. 감독은 이성애, 동성애 그리고 양성애라는 에로의 영역 안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아프지만 아름다운 로맨스로 그려낸다. 스타일과 서사의 방식은 단순하지만 영화는 마초형의 남자 다니엘과 유약한 ‘여성’ 사라의 복잡한 캐릭터를 탐구한다.     다니엘은 사라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브라질의 남부 도시 쿠리티바의 경찰인 그는 폭력 사건으로 징계 조치를 받았고 곧 재판을 받게 될 처지에 있다. 그러던 차에 그의 얼굴에 유일하게 미소를 안겨주던 사라마저 연락이 끊겨버렸다. 재판과 아버지를 돌보는 일을 뒤로하고 다니엘은 무작정 2000마일 떨어진 북부의 어촌을 향한다. 사라가 연락을 끊은 것을 참지 못하는 다니엘의 남성이 부각된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다니엘은 사라가 여자인 줄 알았다. (정작 영화의 스포일러는 따로 있다.) 둘만의 공간 온라인에서만 가능했던 그의 환상은 사라가 트랜스젠더라는 현실을 접하면서 혼돈과 분노로 바뀐다. 낮에는 남성 노동자로, 밤에는 금발 가발을 쓰고 클럽에서 일을 하는 사라는 다니엘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니엘의 내면 속 자아에 사랑이 있음을 감지한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젠더 문제가 아니다. 퀴어의 사랑과 인권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LGBTQ+라는 젠더 이슈가 거론될수록 그들의 인권 또한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는 시대에, 무리티바 감독은 남성이 지배하는 문화의 잔혹성을 들추어내 남자다움에 집착하는 마초들의 초상이 헛된 것임을 일깨워주려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프라이빗 영화 프라이빗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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